목공을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부모님댁에서 사용하고 있는 가구, 특히 나무가 재료인 가구들에 대해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모님의 생활 습관 상, 

제가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10년이상 지난 가구들이 꽤 있습니다.


속된 말로, 썩어 문드러질때까지 사용하십니다.


목공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 가구들중에 '제가 만들어 드릴 수 있는게 없을까'하는 마음으로

본가에 갈 때마다 유심히 들여다 보고, 또는 넌지시 부모님께 물어보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멀쩡하다', '필요 없다' 였습니다. ^^;;


그 '썩어 문드러질때 까지' 사용하고 계시는 가구중에

그래도 꼭 바꿔드려야겠다고 생각한 가구가 있습니다.


거의 15년정도 거실에서 사용하고 있는 원목 좌식 테이블입니다.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아서 말로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우선 엄청 무거운데다,

색이 고동색의 어두운 계통인데 15년 정도 지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무튀튀한 색으로 변색이 되어 

이것 때문에 거실 분위기 전체가 칙칙해 보입니다.


가장 거슬리는 부분이, 상판이 여러 판재들로 틈을 두고 붙어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이물질이 틈새로 들어가 굳어 버렸습니다.


오랜시간 조금씩 쌓여 돌처럼 굳어서 

제거도 되지 않는 상태라 위생적으로 별로 좋지 않는 상태입니다.

(어떤 상태를 얘기하는지 대부분 아실 겁니다.)


부모님께서는 식탁이 있음에도

앉아서 식사를 하시는게 편하신 지 이 테이블에서 대부분 식사를 하신다고 합니다.




빨리 갖다 버릴 수 있도록

제가 만들어 드리기로 결심 했습니다. 


특별한 디자인이나,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가구가 아니기 때문에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누나가 부모님과 같이 지내기 때문에 누나의 의견도 수렴하여

지난번 납품(?)했던 노트북 테이블과 비슷한 느낌으로,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이전글 - 노트북 테이블 납품]


사실, 아직 실력이 미천하여 복잡하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최대한 튼튼하고, 밝은 가구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제가 만드는 대부분의 가구들은 '레드파인'으로 수종이 정해져 있고, 두께도 '18T' 하나로만 만듭니다.

다만, 이 번 것은 조금 더 견고하게 만들기 위해 처음으로 '26T'를 사용하였습니다.


물론 수종은 소프트우드 '레드파인'입니다.

가난한 취목족이니까요...

자재를 주문하고 며칠 뒤, 퇴근을 했더니 현관문 앞에 물건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주문한 자재들은 주문한 치수대로 정확히 재단되어, 

파손없이 아주 양호한 상태로 잘 배달되어 왔습니다.


참고로 전 원목자재의 온라인 구매는 항상 '아이베란다'를 이용합니다.



조립 전, 먼저 상판 도색을 시작합니다.

오크월넛 색의 스테인을 2회 칠하고 ( 1회 칠하고, 마른 뒷 사포 후 2회 도장)

반광 바니쉬 3회 도장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바니쉬중 가장 고가의, 코팅력이 뛰어난 바니쉬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였습니다.

웬만한 이물질이나 음식물-국물-은 원목으로 스며 들지는 않을 겁니다.


넓은 면적이라 붓자국이 남지 않도록 집중해서 칠했습니다.

사진으로도 공을 들인 흔적이 조금은 나타나는것 같습니다.


반질반질 합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매우 심플합니다.

원목색과 나무색이 밝은 느낌을 줍니다.

6명정도, 무리하면 아이 둘 포함해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한 크기입니다.

부모님댁에 갖다 드릴때 저희 가족 4명과 본가의 3명, 총 7명이 둘러앉아 식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너무 심플하고 직각을 이루는 디자인이라, 

다리는 특별히(?) 에이프런과 만나는 지점 부터 사선처리 하였습니다.


에이프런 측면에 덧대는 형태로 결착하였고, 밋밋해 보이지 않도록 끝 부분이 조금 나오도록 처리하였습니다.


단순하고 쉬운 방식이지만

충분한 견고함을 가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통 각재를 사용하지 않고  두꺼운 판재를 사용하긴 하였으나

좌식테이블처럼 다리가 짧은 가구에 적절한 방식일 겁니다.



미니언즈의 '밥'이 찬조 출연하였습니다.

미끄러질까봐 조심해야 합니다. ^^


지금 이 테이블은 부모님댁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거실 분위기가 예전보다 밝아져서 어머니가 무척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하네요.


보통 시중은 좌식 테이블 보다는 높이가 3~5cm 높게 만들어서 

처음에는 좀 어색해 하셨는데, 지금은 훨씬 더 편하다고 하십니다. 

뭘 드실때 덜 숙여도 된다고 이전보다 편하다고 하시네요.


이 것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입니다.



이 가구는 테이블 갖다 드릴때, 누나가 따로 부탁한 코너장입니다.

주문대로 도색없이, 원목그대로 바니쉬 마감만 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누나방에 맞는 치수로 만들어진 거라 매우 만족해 하네요.


물론 둘 다 재료비도 못 받았습니다.

물론 당연히 주셨는데 안 받았지요 ^^

그 대신 어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밥 가족들과 같이 제가 만든 테이블에서 먹었습니다. 


이제 최소한 매년 명절때는 제가 만든 테이블에서 우리 가족은 식사를 할테지요

이 보다 더 큰 보답은 없을 겁니다.


뿌듯한 배를 두드리며, 뿌듯한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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